약처럼 쓴 것을 먹은 후, 입안에 쓴맛이 남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물을 마시거나 달콤한 사탕 등을 먹으면 대부분 바로 사라진다. 그런데, 간혹 무언가를 먹지 않았는데도 입에서 쓴맛이 도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물을 마시거나 밥을 먹을 때도 쓴맛이 난다고 호소하는 사례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질환이 원인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미각이상을 유발하는 다양한 원인들을 알아본다.
입안이 시고, 쓰다면? '위식도 역류질환'의 신호무언가를 먹지 않았는데도 입안이 시고, 쓴맛이 도는 것은 위식도 역류질환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하부식도 괄약근 등 소화기관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위액이나 위 내용물이 역류해 시큼하거나 씁쓸한 맛을 내는 것인데, 흔히 ‘신물이 올라온다’는 표현 역시 위액이 가진 특유의 맛과 냄새 때문이다.위 내용물이 역류하면 명치 끝에서 목구멍 쪽으로 치밀어 오르는 것처럼 가슴이 타는 듯한 증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역류가 지속되면 쉰 목소리, 목 이물감, 만성 기침, 수면 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다.위식도 역류질환은 비만, 임신, 복수 등으로 위압이 높아진 사람에게서 잘 나타난다. 기침이 잦거나 복대를 착용하는 사람, 구부리는 자세를 자주 취하는 이들도 발생 위험이 높다. 이에 해당한다면 위식도 역류질환의 의심신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입이 바짝 마르고 쓴맛 나는 ‘구강건조증’침 분비가 줄어든 것도 원인일 수 있다. 건강한 성인은 하루에 1~1.5l의 침이 분비되는데, 이보다 적게 나오면 구강이 건조해지고, 미각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 심할 경우 입안이 말라 물 없이 음식을 씹고 삼키는 것이 어려워지고, 말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구강건조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나타날 수 있다. 쇼그렌 증후군, 당뇨, 영양소 결핍, 노화 등이 대표적인 원인이며, 우울증 등의 정신신경계 질환으로도 생길 수 있다. 항불안제, 이뇨제 등 약물에 의해 생기는 구강건조증도 있다.구강건조 증상을 느낄 경우 이미 정상 분비량의 반 이하로 감소되었다는 신호이므로,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구강건조 증상을 방치하면 충치 및 치주염 발생이 증가하고, 심할 경우 통증을 느끼거나 구강궤양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입에서 금속 맛 나는 당뇨 환자, 약이 원인일 수도당뇨 환자에서 입이 쓰고, 금속 맛이 느껴지는 증상이 나타났다면 복용 중인 약이 원인일 수 있다. ‘메트포르민(metformin)’은 간에서 포도당이 생성되는 것을 막고, 장에서는 포도당의 흡수를 감소시켜 인슐린에 대한 민감성을 개선하는 당뇨 치료제다. 체중증가를 일으키지 않고 저혈당 발생이 적어 널리 사용되는데, 일부 사례에서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부작용 중 하나가 입안에서 금속성 맛이 나는 증상이다. 메트포르민에 의한 금속성 미각은 치료초기 약 3%의 환자가 겪을 수 있으나, 보통 점차 소실되는 양상을 보인다.
혀나 입안 점막, 입천장이 화끈거리고 아픈 증상이 동반되면 ‘구강작열감증후군’이 원인일 수 있으며, 구강위생이 불량하거나 치주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이상 미각이 초래될 수 있다. 이처럼 입에서 쓴맛이 나는 이유는 다양하며, 질환이 원인이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증상이 지속되거나 심해진다면 이를 방치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